| Silence

Thought

기회가 올 때까지 잠자코 끈질기게 기다리는 능력, 기회를 확실하게 포착하는 능력, 사람의 마음을 실로 교묘하게 장악하고 선동하는 능력 - 모든 사람들이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들은 토악질이 올라올 만큼 싫어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능력이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내가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그와 같은 인간이 하는 말을 비판없이 받아들이고 그대로 믿어버리는 사람들입니다. 자기 스스로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에, 말주변이 좋고, 받아들이기 쉬운 타인의 의견에 좌지우지되면서 집단으로 행동하는 인간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잘못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손톱만큼도 품지 않습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무의미하게 또 결정적으로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하는 인간들입니다. 그들은 그런 자신의 행동이 어떤 걸과를 초래하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그런 족속들입니다.

나는 한밤중에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꿈꿉니다. 꿈 속에는 침묵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꿈 속에 등장하는 인간들에게는 얼굴이 없습니다. 차가운 물처럼 침묵이 모든 것에 푹 배어들어 있을 뿐입니다. 침묵 속에 모든 것이 흐물흐물 녹아들어 있습니다. 내가 그런 상황에 녹아들면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 침묵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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